그 곳에 이르면
모든 실수와 잘못을 바로잡고
그래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영화 보고 감동받아서 리뷰를 한게 아니라 영화내용을 그대로 받아적었다… 스포일러 덩어리인 글이니 영화를 아직 안 보신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미국에 온지도 벌써 4년의 시간이 지났다. (적어도 겉으로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시간 속에서도 나는 가끔 책상에 앉아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또 다른 세계가 있었다면. 그 곳에서 나는 지금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을까. 잘못을 하지 않았을까. 용기를 내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난 달라졌을까. 과연 난 무엇을 보게 될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내가 만든 작은 선택은 매 순간 내 인생을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휙 꺾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그 길 역시 나에게 주어진 길임은 부정할 수가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 길을 열심히 걸어내 나가는 것이, 나의 숙명이다.

각설하고. 영화 “어나더 어스” 의 주인공 로다 또한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음주운전이다. 그녀는 파티에서 취해 돌아오는 길에 하늘에 뜬 다른 행성을 보려다 교통사고를 내서 행복했던 한 가정을 박살냈고 — 남편은 몇 년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다 간신히 깨어났으며 아내와 아들은 사망했다 — 합격통보를 받은 MIT에 들어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는 커녕 오랜 기간동안 감옥살이를 한 뒤 고등학교 청소부로 살아가고 있었다. 출소 후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어느 날 다시 찾아간 사고 현장에서 깨어난 남편이 장난감을 놓고 떠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로다는 예일대 음대 교수였지만 지금은 폐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의 모습을 목격하고, 그에 대한 죄책감 (이라고 영화에서는 보여지지만, 나는 그녀가 그녀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원망도 무의식의 기저에 존재한다고 본다.) 이 도화선이 되어 맨 몸으로 눈밭에서 얼어죽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녀는 죽지 않고 병원에서 들리는 라디오 소리에 눈을 깨는데, 이 때의 절망감이 내 마음에 너무나도 와닿아서 잠시 영화 관람을 멈췄다.

죽음에 실패한 그녀는 이전에 무심결 지나쳤던 새로운 기회, 다른 행성으로의 탐사에 지원하게 된다. 이 부분에서 그녀의 지원동기가 내레이션을 통해 나오는데, 우리가 흔히 대학교나 회사에 내는 자소서와는 달리 꾸밈없이 소박했지만, 왜 자신을 뽑아야 하는지 그 절박함과 진솔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에서 이 대사를 가장 좋아한다.

When early settlers first set out west across the Atlantic,
most people thought the world was flat.
Most people thought if you sailed far enough west,
you would drop off a plane into nothing.

These vessels sailing out into the unknown;
they weren’t carrying noblemen or aristocrats, artists, merchants.
They were crewed by people living on the edge of life:
the madmen, orphans, ex-convicts, outcasts…

like myself.

As a felon, I’m an unlikely candidate for most things.
But perhaps not for this.


Perhaps I am the most likely.

하지만 죄책감이 그녀를 계속 괴롭혔는지, 로다는 폐인이 된 그의 집으로 찾아갔다. 다짜고짜 집으로 찾아갔던지라 딱히 둘러댈 말이 없었던 그녀는 급하게 그의 집을 무료로 청소해준다고 했는데 정말로 그게 먹혀서 난장판이 된 집을 열심히 청소하게 된다. 청소가 끝난 뒤 집에 돌아온 그녀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 수도 없이 많은 연습을 하지만, 정작 그의 집에 방문한 순간에는 그에게 털어놓을 기회가 없었기에 얼떨결에 계속 그의 집 안 청소를 돕게 된다.

집에 돌아온 그녀는 가족과 함께 지구 2 라고 불리우는 다른 행성과의 첫 교신을 실시간으로 보게 된다. 중계 도중 교신 담당인 SETI의 조안 탈리스 박사는 자신과 대화하고 있는 다른 행성의 교신 담당자 역시… 다른 행성의 조안 탈리스 박사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방송을 보고 있는 사람들 모두, 매우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깨닫게 된다. 바로 평행 우주의 존재, 내가 아닌 나의 존재가 확인된 것이다.

It would be very hard to think “I am over there”…

and “Can I go meet me?”

and “Is that me better than this me?”

“Can I learn from the other me?”

“Has the other me made the same mistakes I’ve made?”

Or, “Can I sit down and have a conversation with me?”

Wouldn’t that be an interesting thing?

The truth is, we do that all day long everyday.

People don’t admit it and they don’t think about it too much, but they do.

Everyday, they’re talking in their own head.

In this case, there’s another you out there.

청소를 하기 위해 꾸준히 그의 집에 드나든 로다는 곧 그와 친구가 되고, 이제는 비디오 게임을 같이 즐기고 집에 데려다주는 사이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다시 낮이 되고, 학교에서 청소를 하는 그녀에게 같이 청소부로 일하는 노인이 이런 말을 건낸다. “Keep your mind clear. And that’s it. You will have peace of mind. My dear, don’t worry. Learn to adjust yourself.” 첫 우주비행사의 계기판에서 나는 틱틱 소리처럼, 미치지 않기 위해 그렇게 계속 그녀는 일상에 적응해가며, 일상을 사랑해나가며, 그와의 관계를 발전해나간다. 그렇게 계기판의 소리는 더이상 정신병을 유발하는 소음이 아닌 아름다운 음악이 된다.

탐사 여행에 지원한 로다에게 그가 말한다. “You don’t know what’s out there.” 그러자 돌아오는 로다의 대답. “That’s why I would go.” 그 대답을 듣더니 남자는 갑자기 울컥하며 플라톤의 동굴 이야기를 꺼내면서 말한다. 아무도 동굴 밖에서 돌아온 자의 말을 믿지 않았어. 우리는 아직 이 세상 밖에 무엇이 있는지 알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해. 플라톤의 동굴.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 학교에서 이 이야기를 듣고는 한참을 벙쪘었다 집에 와서 남몰래 울었던 기억이 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남자는 인간의 이기심을 맹렬히 비난하다 결국 사소한 일로 로다에게까지 짜증을 내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시 그녀를 찾아와 사과를 한 뒤 극장에 데려가 그녀 앞에서 악기를 연주한다. 그들은 사랑에 빠졌고 남자는 드디어 삶의 안정을 찾았지만 로다는 더더욱 큰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 후 그녀는 자신의 눈에 표백제를 들이붓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청소부 노인을 찾아간다. 노인은 그녀에게 말한다. 너는 내가 왜 그랬는지 궁금해 하겠지. 아냐… 아냐… 너는 내가 왜 그랬는지 알고 있어. 로다는 그의 손바닥에 한 단어를 써준다. FORGIVE. 용서. 스스로를 용서하기.

집에 돌아온 그녀는 우주 탐사에 당첨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다를 향해 걷는 그녀의 모습과 함께 아래의 내레이션이 나온다. 결국 그녀는 남자에게 몇 년 전 사고에 관한 사실을 고한 뒤, 그에게 우주 탐사 기회를 넘겨주고 집으로 향한다.

Within our lifetimes, we have marveled… as biologists have managed to look at ever smaller and smaller things, and astronomers have looked further and further into the dark night sky, back in time and out in space.

But maybe the most mysterious of all, is neither the small nor the large. It’s us, up close. Could we even recognize ourselves? And if we did, would we know ourselves? What would we say to ourselves? What would we learn from ourselves? What would we really like to see, if we could stand outside ourselves… and look at us?

어쩌면 우리는 이미 또다른 세계의 우리를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모습을 받아들일 것인가 혹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인가 이다.

글을 마치며. 너무 많은 진리를 한 편의 영화에 담으려다보니 메세지가 조금 두서없고 깔끔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는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매우 괜찮은 영화였다. 평점을 내리고 나서 찾아보니 로튼토마토 평점보다 내가 점수를 훨씬 후하게 줬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마 장르의 특성 때문인 것 같다. 올드보이나 설국열차는 박찬욱, 봉준호 감독이 만들어서 그런지 예외겠지만, 그를 제외하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 top 2는 바로 인셉션과 콘택트다. 어려운 과학지식을 마구 던져놓지만 의외로 담긴 메세지는 매우 인간적인 SF의 탈을 쓴 인문학 영화들. 난 그런게 참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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