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국학 컨퍼런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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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학부생 시절의 마지막 컨퍼런스가 끝났다. 4년의 대학 생활 중 3년동안 한국학연구소에서 Undergrad fellows 생활을 했으니, 아마 학부생활의 절반 이상을 한국학연구소 연구생활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내가 누군가와 몇 년 이상 친하거나 어떤 활동을 몇 년동안 한다는건 분명 그 누군가 혹은 무엇이 나의 본능을 강하게 끌어당겼고, 그랬기에 나의 애정과 사랑이 깃들어있다는 뜻이다. (다른 활동들은 나한테 도움이 되든말든 다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그만뒀다.) 그런 면에서 한국학연구소 활동은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부모님은 반대하셨다.) 내가 좋아서, 내가 더 알고 싶어서 했던 활동이었다. 사실은 전혀 자랑이 될 수 없는 이야기지만, 다른 친구들이 전공과 관련된 주제를 연구할 동안 나는 3년의 시간동안 단 한 번도 내 전공과 관련된 연구를 하지 않았다. 전공과 관련된 연구는 어차피 수업 시간에 공부하고 내가 항상 뉴스를 통해 접하고 생각하는 내용들인데, 나는 이 활동을 통해 내 탐구의 영역을 넓히고 싶었다.

연구를 하는 매 순간 나와 타인의 실존에 대하여 더 깊게 파해쳤다. 2학년 때는 내가 늘 집을 나와 도로 반대편을 바라보며 생각했던 교육과 계층상승의 상관관계, 3학년 때는 서울에 올라와 광화문 촛불시위를 목격하고 수많은 뉴스를 보고 깨달으면서도 다시 시골에 내려가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어르신들의 투표 행태, 그리고 4학년 때는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시인 이상의 시에 감추어진 근대성과 식민구조. 이 모든 주제들은 내가 나와 나를 둘러싸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끌어안고 사랑하기 위한 하나의 몸부림이었다. Verstehen. 단순히 “이해” 만으로 번역할 수 없는, 경험의 의미가 포함된 이 단어가 그것이 나의 탐구 이유였던 것이다.

어쨌든. 내가 스스로 정한 주제로 오랜 시간동안 연구를 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집에 돌아와 치열하게 고민하고, 다시 논문 속의 학자들과 다투기를 반복했다. 그리고는 미팅 스케줄을 잡고 연구소로 가서 박사님한테 생각을 브리핑한 뒤 토론하고, 다시 이 모든 과정의 반복. 처음 1년동안 연구를 하고 나서는 솔직히 때려치우고 싶었다. 학부 2학년일 때니까 연구를 어떻게 하는지 페이퍼를 어떻게 쓰는지도 잘 모를 때라 (학부 라이팅 수업 듣기 전) 잔뜩 자료를 가져와서 그냥 주르륵 정보를 나열했고, 공황까지 있어서 그냥 컨퍼런스에 나가서 15분동안 관객과 눈도 한 번 안 마주치고 단상 앞에서 원고를 읽었다. 그 때 포닥쌤은 나에게 치열하게 사유하는 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오히려 이 활동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할 때는 정작 내가 활동을 그만두려 결심한 3학년 때였다. 김박사님이 새로운 포닥으로 왔던 것이었다. 처음에는 사실 이상한 사람처럼 보였다. 약간 이유 없이 붕 뜬 사람같기도 하고, 학교에 너무 오래 있어서 철없어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1 대 1로 대화를 해보면 누구보다도 사려깊고 후회도 많고. 아무튼 천재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는 항상 내가 어떤 결론을 도출해서 이제는 유의미한 주장을 냈겠지 싶을 때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하고 고민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개그 코드도 잘 맞는다 ㅋㅋㅋ쿄쿄! 그는 나에게 단순한 포닥이 아닌 멘토 역할을 자처했고 나도 그를 너무 잘 따라서 오죽하면 오늘 김박사의 mini job talk 에 온 나를 보고 강교수님이 “You are so supportive!” 하며 놀랬다. 아마 동기였다면 우리는 친한 친구가 되지 않았을까. 나는 평상시에 말을 아끼고 나른한 이미지인 반면 김박사님은 엄청 활동적이고 붕 뜨고 철없는 이미지니까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둘은 마치 물과 기름같은 존재일텐데, 어떻게 저 둘이 (특히 사람한테 먼저 안 다가가는 내가 인스타에 종종 김박사님 칭찬 올리고 잡 토크까지 오니까 ㅋㅋㅋ) 저렇게 서로 서포트 해줄 수 있나 싶을거다. 사람들은 방탄소년단의 진 (철없고 애같이 아재드립 치는 막내 이미지) – 슈가 가 어떻게 룸메이트를 하고 특히 슈가같은 애가 진한테 의지하나 싶다고 생각할 때가 많은데, 난 이해한다. 그냥… 저런 성격 애들은 저런 성격 애들을 흥미있게 생각하고 잘 따른다. ㅋㅋㅋㅋ

아래는 이번 컨퍼런스 사진들이다. 포샵 따위 1도 안된 정직한 사진들이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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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반부터 시작한 컨퍼런스. 울 학교 펠로우 친구들 사진이다. 나는 이 날 아파트에 문제가 생겨서 (일어났는데 아파트에 전기, 수도가 다 끊겨있었다. 실화냐?) 아침을 건너뛰느라 고상하게 의자에 앉아있지 않고 저런 자세로 ㅋㅋㅋ 컨퍼런스를 준비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친목도 많이 하고 뒷풀이 자리까지 다같이 함께 해서 (=내가 주량을 조절해서 맨정신이라) 너무 재미있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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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미시간 펠로우 친구들 중 일부다. 다른 테이블이 더 있었는데 이 테이블이 꽉 차보여서 이 사진을 썼다. ㅋㅋ 미시간은 이 활동이 n학점 짜리 수업이란다. 부러웠다. 만약에 우리도 수업이었음 더 자주 만나서 얘기도 더 많이 하고 나도 한 학기 일찍 졸업했을텐데. (학비 세이브 ㅋㅋㅋㅋ) 근데 아까 말했듯 이게 자율성이 있는 활동이라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난 왜 수업이랑 GPA를 개판치고 전공 커리어와 무관한 활동들 (미술관, 박물관 탐방, 사진찍기, 글쓰기 등등)에 힘을 쏟는건지 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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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라 다들 활기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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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못 먹었으니 앞에서 발표해도 나는 커피를 꼭 마셔야겠다는 느낌을 뙇!! 주는 저 다부진 손을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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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학교 한국학 연구소장 강교수님. 트럼프가 아니라 힐러리가 당선됐으면 빅터 차 대신 정계에 진출할 수 있으셨을텐데 그건 뭐 지나간 이야기고. (요 앞에 주한대사로 얘기가 나왔던 빅터 차가 대북문제에 있어 매파 온건파라면 울 교수님은 비둘기파 시다. 둘이 베프인게 함정 ㅋㅋㅋ) 항상 유쾌하시고 대범하시고 다이렉트 하시다. 시원시원하고 친구같은 느낌의 장난끼 많으신 교수님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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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 남센터장 곽교수님. 이 분도 항상 해맑으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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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 컨퍼런스에서도 온갖 드립이 난무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빛 of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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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이 사진에는 내가 없는게, 저 때 아파트 미팅 있다고 호출 받았다. 원래 룸메 언니가 있으면 언니가 가는건데, 언니가 지금 집으로 가버려서 내가 가야했다. ㅜㅜㅜ 다시 사진을 보다보니 이 날 내가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새삼 다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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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반에 시작했는데 무려 오후 4시에 찍은 사진. 표정에서 피곤한 기색이 역력히 느껴진다. ㅋㅋㅋㅋ (잠도 2시간 밖에 못잤다.) 쌍꺼풀도 하필 이 날 한쪽이 풀렸는데다 전기랑 수도 때문에 계속 집에도 들락날락 하느라 화장을 수정할 시간은 커녕 원고를 볼 시간도 없어서 자세히 보면 손에 원고를 들고 있다. 그래서 난 뒤에 서겠다고 꾸역꾸역 우겼지만 결국 센터 당첨. ㅜㅜ 뭐, 그래도 괜찮아… 하며 정신승리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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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이 끝나고 포닥 피드백 및 질의응답 시간. 정신이 집을 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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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색 사라진거 실화입니까 ㅋㅋㅋㅋㅋ 내 피드백은 왼쪽에 있는 미시간 주영쌤이 해주셨고 아마 저 사진을 찍을 때는 울 학교 포닥 인영쌤이 피드백을 줄 때라 역시 무념무상의 상황일 확률이 높다.이 연구가 진행된데 있어서는 내 주위에 많은 분들이 큰 도움이 되었고 SNS 를 통해 혹은 실제로 감사함을 표시했지만, 적어도 이 글에서 나는 시인과 작가 이상, 그리고 인간 김해경에게 가장 큰 감사를 표시하려 한다. 내가 그렇듯 그 역시도 문제적인 사람인데, 그가 만든 모든 행보가 문제적인 사람의 문제의식을 통찰할 수 있는 소중한 단서가 되었다. 나는 이제 당신의 오명을 벗기겠다는 인간적인 애정에서 비롯된 개인적 바램과 더불어, 학계에 유의미한 실증적 주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에 직면하였다. 당신은 참으로 매력적으로 문제적인 사람이다. 이렇게 말했다고 삐지진 말고. 아니, 어쩌면 당신은 좋아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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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고 뒷풀이 자리. 이 집이 무한도전에도 잠깐 나왔듯 원래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가족이 살던 집이다. 원래는 학교가 부지를 증설하면서 없어질 뻔 했는데, 다행히도 그런 역사적 배경과 가치 덕분에 학교 측에서 집을 통째로 들어서 (!) 캠퍼스 안으로 가져왔다. 나도 꼭 나중에 성공해서 한국학연구소에 기부 많이 하고 싶다. 그렇게 한국을 알리고 싶고 더 많은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질 기회를 갖도록 도와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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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즐거우신 두 교수님들.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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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받은 친구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년에 나도 저렇게 쏘 하이텐션 되서 막 끌어안고 저게 얼마나 행복한건질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친구들이 넘 귀여웠다.

학회는 끝났지만 논문연구는 끝나지 않았다. 김박사님은 이상 연구에만 한정되게 하지 말고 논문을 근대성이나 문화 연구, 비평 연구등으로 더 넓혀서 다른 학회에 내보는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래서 지금은 미시간 포닥쌤들이랑 김박사님이 추천해준 논문과 책들을 읽고 있다. 서석배, 리사 로우, 자넷 풀…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너무 많고 문득 우리는 꼬일대로 꼬여버린 근대를 모르거나, 혹은 그냥 무시한 채 혼돈의 현대를 살고 있는건 아닌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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